'러버덕'이 석촌호수에 띄워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러 갔다. 열광하는 인파 속에서 러버덕은 대히트를 쳤지만, 한편으로 많은 사람들은 이를 보고 냉소했다. 그게 뭐라고 그 고생을 하고 가서 보냐면서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약간 후자에 가까운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문득 호기심이 생겨서 성남지원에서 재판을 마치고 서초동으로 돌아오는 길, 잠실에서 일부러 내려 호수로 향했다. 직접 가서 봤더니 역시 사진으로 보는 것과 달랐다. 커다란 오리 인형이 아주 귀여웠다. 뭐랄까... 기분이 좋았다. 이게 뭐라고 그러냐 하지만... 충분히 '뭐'더라. '뭔'가 있더라. 그래, 이런 거 다 뭣도 아니라 생각하면 대체 인생 뭐 있나?
'냉면을 먹으러 왕복 2시간을 운전해서 다녀왔다구요?' 골프장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주말에 옥천에 가서 냉면을 먹고 왔다는 내 이야기에 혀를 차셨다. 누군가는 이런 일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당장 본인께서는 골프를 친다고 새벽에 1시간 반을 운전해서 골프장에 오셨으면서...도 이해하지 못하셨다. 어떠한 행위라든가 재화라든가에서 각자가 생각하는 효용이 다르고 기꺼이 대가로 지불할 수 있는 비용에 차이가 있음은 자명하다. 그런데 이런 문제에서 이해의 폭은 각자의 가치관에 달려 있다 보니 누군가에게 나를 다 이해해주길 기대할 수는 없다. 냉면 그게 뭐 있다고 그 고생을 하고 거기를 가냐면서 냉소하시길래 그냥 그러게요 하고 웃었다. 떡볶이 먹으러 창원 다녀온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지.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일상의 차와 꿈속의 차, 소위 '드림카'를 나눠서 품는 경우가 많다. 차는 냉정히 말해서 그저 이동을 위한 수단이니까 합리적으로 관리하고 운행할 수 있으면 족하다. 그렇지만 또 마음 한 편에 꿈이 되는 차가 있다. 오로지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그것. 인생의 의미가 되는 그것. 인생의 뭐가 되는 차. 그게 드림카이다. '사치스럽다', '불편하다', '차가 굴러가기만 하면 됐지 그런 걸 사서 뭐하려고' 등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타인의 드림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그 말이 맞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게 누구한테는, 그리고 누구의 삶에서는 어떤 의미가 되는 것이다.
음식, 예컨대 떡볶이도 그렇다. 쉽고 편하게 찾아서 먹을 수 있는 떡볶이가 많다. 떡볶이를 좋아하는 우리들은 편하게 이를 즐기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해 줄 그런 떡볶이. 꿈이 되는 떡볶이. 새로움을 선사해 줄 떡볶이. 추억으로 안내해 줄 떡볶이. 인생의 의미가 되는 어떤 발견을 주는 떡볶이를 꿈꾸며 산다. 그래서 맛집을 검색하고 약속하고 그리로 향한다. 아마 우리가 이렇게 이 글로 만나게 된 것도 당신의 꿈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떡볶이 맛집이라고? 떡볶이가 뭐 있어 다 똑같지. 떡볶이를 먹으러 거기까지 간다고? 아서라 아서. 하면서 우릴 만류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 있게 강조하건대 '그게 뭐라고' 하면서 시니컬함에 빠지기 시작하면 인생은 뭐가 없다. 우리는 인생의 뭐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소중히 가꾸어야 한다. 냉소하다 보면 진짜 뭣도 없는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인생을 '생존'이 아닌 '삶'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보통 그런 무언가이다. '살아남기'와 '살아가기' 사이에서 우리를 후자로 이끌어주는 것은 그런 '인생의 무엇'들이다.
그래, 당신이 인생의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면, 그리고 국물떡볶이를 좋아한다면 고민할 거 없이 당장 이번 주말이다. 창원의 6.25 떡볶이로 향하자. 국물떡볶이 난 별로던데 하는 당신도 마찬가지다. 6.25 떡볶이로 향하자. 저는 창원 살아요. 행운아시네요. 저는 부산입니다. 금방 가네요. 저는 군산인데. 안젤라 생활권이네요. 그래도 가보세요. 저는 속초예요. 당일치기됩니다. 저는 일산입니다. 우리나라 1일 생활권 아시죠.
화분 받침 위에 떡볶이 꽃이 피더니 내 얼굴에 웃음꽃이 피더라. 아 인생이 꽃이네. 인생이 꽃답네.
내 자신 있게 말하건대 국물떡볶이의 끝은 여기, 창원에 있더라. 당신 인생의 무엇인가가 될 수 있는 떡볶이. 6.25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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